보호견 차차와 블리스앤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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차차 이야기

차차는 하루 종일 잡니다

블리스앤포 2025. 4. 22. 23:16

차차는 회색 매트를 좋아합니다. 원래 부엌매트로 쓰려했는데 너무 커서 반으로 접어 차차 침대로 쓰고 있습니다. 안전지대라고 생각하는지 늘 회색매트에서 자고 앉고 놀고먹고 합니다.

개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14시간이라더니 놀고 먹고 멍 때리는 시간 외에는 계속 잡니다. 사고 안 치고 그냥 잠만 자는 게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. 저렇게 배가 보이게 자는 것도 감사합니다. 처음엔 잔뜩 겁먹어서 웅크리고 잤거든요. 지금은 코 골고 잠꼬대도 합니다. 차차는 제가 작업할 땐 늘 제 뒤편에서 잡니다. 잠깐 깼다가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잠들 때 한숨을 쉬는데 무슨 개가 사람처럼 한숨을 쉬는지... 깜짝 놀라서 뒤 돌아본 적이 몇 번인지 셀 수 없습니다.

14시간을 자지만 자주 깹니다. 개들은 수면이 얕거든요. 제가 실수로 큰 소리를 내면 벌떡 일어나 저 얼굴로 저를 봅니다. 입양 초기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겁먹은 강아지였지만 3주가 다되어가니 고개만 살짝 들어 짜증 가득한 사막여우 눈으로 저를 지긋이 노려봅니다. 한창 잘 자고 있었는데 왜 깨우냐...하는 표정으로요. 내 집인데 왜 네가 눈치를 주냐...

늘 여기에서 생활합니다. 방구석이에요. 아직 방의 절반밖에 사용하지 않아요. 자기만의 경계선을 그어놓은 것인지 방의 딱 절반 정도만 돌아다니고 그 이상 전진은 하지 않습니다.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옵니다. 오랫동안 번식장 울타리에서 살아온 영향인지, 그냥 기질인지 아직 차차에 대해 모르는 게 많습니다.

그래도 이렇게 대놓고(?)쉬는 모습은 차차도 이 집이 안전한 곳이라고 여긴다는 증거입니다. 그 사실이 제게는 마음의 숙제를 하나 끝낸 기분입니다. 보호견의 마음을 여는 건 닥쳐보니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. 푹 쉬어 주니 참 고맙습니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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